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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빠르게 바뀌는 세상과 아등바등 살아가는 나 - 트렌드 코리아 2024

by 아루(aru) 2023. 12.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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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빠른 삶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핸드폰을 보면 알림이 한가득 쏟아진다. 유튜브와 인스타는 간 밤에 있었던 중요하고 흥미로운 새소식으로 도배되어 있다. 짬이 나는 매 순간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를 보고, 분석하고, 선별한다. 모처럼 여유시간이 생겨 재미있는 것은 없나 손가락을 까딱거리다 보면 30초 영상 만으로 3시간을 보낼 수 있다. 휴일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근처에 있는 소도시의 유명한 장소란 장소는 전부 가본다.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환영이니까. 여윳날이 조금 많으면 항공권을 예약한다. 여행은 젊을때나 가능하댔다. 일이 없는 날은 없는 대로, 일하는 날은 일하는 날 대로 쉼이 없다. 나의 2023년은 그야말로 삶의 홍수를 헤엄치다가 끝났다.

연말이 되면 한 해동안 한 일과 진행하는 일, 그리고 못한 것들이 산발적으로 머리를 스친다. 1년이 온전히 만족스럽기는 어렵다. 특히 올 한해는 극도로 정신이 없었다. 딱히 거대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아니고, 생활을 통째로 뒤흔들만한 사건도 없었다. 가족 내에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고개를 드니, 1년이 지나갔다. 참 억울하다. 지난 1년동안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정신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말은 점점 빨라지고, 손으로 쓰는 타자도, 걸음걸이도 빨리 빨리 했다. 밥 먹는 시간도 자꾸자꾸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효율성이 떨어졌다. 집중력이 정말 많이 나빠졌다.

핸드폰을 오래 보면 불안하다. SNS 속에는 예쁘고 돈많고 재주 좋은 사람이 많다. 육각형 인간이라는 말은 책에서 처음 봤지만, 판교 신혼부부랑 비슷한 느낌인 것 알겠다. 태어나기부터 유리한 사람이라는 거겠지. 젠장 부럽다. 화면 넘어의 ‘그들’의 모습을 보다 보니 모자란 나를 메우고 싶다. 핸드폰 빛이 꺼지고 검정 스크린에 비친 얼굴을 보면 답답하다. 육각형은 못되도 대충 사각형 언저리는 맞춰야하나 싶다. 찌그러진 육각형도 대충 육각형으로 쳐주려나. 부족한 것을 메운다. 나름대로 탈인간 급 노력을 했지만, 만족이 안된다. 세상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이 그야말로 넘치고 쌓였다. 그리고 날 때부터 복받은 ‘그들’의 삶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완벽해지고 싶은데, 더 잘해야할 것 같은데, 불안하다.

요즘은 핸드폰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알림은 진작 전부 꺼버렸고, 자주 연락하지 않는 연락처는 지웠다. 요즘은 기업에서 물건 살 때도 카카오톡 알림으로 주는데, 싹 다 차단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북 등의 SNS도 전부 지웠다. 정말 보고 싶으면 크롬으로 들어가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쇼핑 앱도, 가계부도, 일정 앱도 하나만 남기고 전부 삭제 했다.누워서 핸드폰 보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피아노를 치거나 요리를 한다. 산책할 때는 의도적으로 핸드폰을 집에 두고 간다. 엄청나게 빠르게 바뀌는 세상을 쫒아가겠다고 노력했다가 불안증을 얻었다. 내 간장종지 같은 그릇은 미친 속도로 바뀌는 세상을 담지 못하겠으니, 하루 하루를 꾸려나가는 거에만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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